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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후기

하루엔소쿠 후기

  하루엔소쿠에 갔다 왔습니다. 이곳은 주로 돈가스와 메밀류를 파는 음식점인데요. 퇴근 후 저녁시간에 갔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웨이팅은 없었습니다. 한산한 분위기의 식당엔 활기도 없었죠.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정말 힘드신 것 같습니다.

아내가 이 곳의 모밀을 좋아합니다. 저도 오랜만에 치즈돈가스를 먹어볼까 해서 저녁은 하루엔소쿠에서 외식을 했습니다.

 

하루엔소쿠 매장

  들어오면 보이는 핸드폰에 QR코드를 찍고 이름과 주소 및 체온을 체크한 후에 들어와야 합니다. 언제쯤 코로나가 끝나서 이런 귀찮은 일들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간단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판기가 있습니다. 제법 잘 팔리는지 자판기 안에 원두가 비었습니다. 

 

 

하루엔소쿠 매장 전경

  저희가 왔을 때는 손님이 저희밖에 없었습니다. 다 먹을 즈음되니 손님이 조금씩 차서 다행이더군요. 메뉴판이 각 테이블 위에 있습니다. 가격대는 일식 치고는 부담 없는 편입니다. 착한 가게라고 표창장을 받았는지 계산대 앞에 붙여 놓았네요. 저도 어릴 때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개근상이었죠. 물론 책상 위에 올려놓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엔소쿠 치즈돈가스

  제주도의 연돈에는 밤새서 치즈돈가스를 먹으려고 기다린다고 하지요? 하지만 저는 웨이팅이 많으면 과감하게 패스하는 편입니다. 배도 고픈데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죠. 치즈돈가스의 영롱한 자태를 보십시오. 연돈이 부럽지 않습니다. 

치즈돈가스만 주문해도 흰쌀밥과 밑반찬, 장국을 줍니다. 

 

  치즈돈가스는 치즈가 푸짐하게 들어 있습니다. 비교적 얇은 튀김옷 안에 돼지고기가 얇게 저며서 들어가 있죠. 그 위에 치즈가 몽글하게 들어있는데 한입 베어 먹으면 베어 먹은 쪽으로 치즈가 주룩 새어 나옵니다. 그래서 치즈가 흐르기 전에 다시 한입 베어 먹다 보면 한 조각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그리고 배고픔은 한 조각만큼 채워집니다.

 

  흰쌀밥은 적지도 많지도 않습니다. 밥은 너무 설익지도, 죽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밥과 함께 따뜻한 장국을 한 스푼 떠 마시면 입안에서 밥알에 국물이 퍼지면서 만족스럽습니다. 

 

  전체적으로 적당한 식사인데 단점을 찾자면 김치가 수분기 없이 말라서 나왔습니다. 이렇게 나오면 손님 입장에서는 미리 반찬을 떠 놓은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김치 국물도 없이 퍽퍽한 느낌이 들 것 같아서 김치는 먹지 않았습니다.

 

하루엔소쿠 냉모밀 정식

  아내는 이곳에 올 때마다 냉메밀 정식을 먹습니다. 아내는 고추냉이를 잘 못 먹는 편인데 이 곳에서는 입맛에 맞게 덜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요즘 줄임말로 얼죽아라고 하지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제 입맛도 사실 얼죽물입니다. 얼어죽어도 물냉면! 대학시절에는 일주일 내내 점심은 물냉면만 먹은 적도 있을 정도죠.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일주일간 7 가게를 돌아본 결과. 모두 비슷한 회사에서 납품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맛이 다 비슷비슷했죠.

 

  냉메밀은 수저에 떠서 살얼음이 포함된 국물과 함께 면을 올려 먹습니다. 찬 음식이기에 입 안에서 서서히 맛이 퍼지는데요. 입 안에서 면을 먹으면 살얼음이 바스러지면서 육수의 맛이 천천히 퍼집니다. 면도 적절하게 익었는지 너무 질기지도 무르지도 않습니다. 함께 나온 미니 돈가스가 앙증맞게 생겼습니다.

 

하루엔소쿠 냉모밀정식 미니돈가스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작아서 맛도 소소하겠다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는 맛있습니다. 저는 튀김옷이 두꺼운 것을 싫어합니다.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거든요. 하지만 이 돈가스는 작지만 강합니다. 튀김옷이 얇고 고기가 생각보다 입안에서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작지만 나의 정체성은 돈가스다'라고 입 안에서 외치는 듯한 맛입니다. 

 

하루엔소쿠 냉모밀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지만 이 사진은 저도 먹고 싶네요. 살얼음의 아삭함이 입안을 시원하게 할 때에 느꼈습니다. 나는 냉메밀을 먹어도 물냉면이 생각나는 사람이구나. 누군가는 왜 오이가 3개밖에 없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이를 싫어합니다. 약간 쓴 냄새랄까요? 유전적으로 오이를 잘 못 먹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김밥에 들어있는 오이를 제외하고는 잘 먹지 않는 편입니다. 사실 김밥에 오이도 귀찮아서 빼지 않습니다. 

 

하루엔소쿠 치즈돈가스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제가 말한 치즈가 흐른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아실 것 같죠? 자세히 보면 얇게 저민 고기가 몇 겹으로 감겨 있고 그 위에 치즈가 있습니다. 고소한 치즈가 꾸덕하게 입맛을 자극합니다. 

 

  튀김옷이 얇기 때문에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에 자극 없이 부드럽게 씹힙니다. 튀김옷이 두꺼우면 먹고 나서 이빨 안쪽에 흠집이 난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제 입안이 약한가 봅니다. 나약한 인간. 

 

  치즈돈가스만 다 먹어도 배가 부르네요. 식사 후에는 인근의 하삼동 커피에서 딸기 요구르트를 먹고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다 먹고 나서 총평은 '무난하다' 하겠습니다. 이 근처의 맛집을 추천해줘!라고 하면 자신 있게 추천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무난한 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쉽게 추천해 줄 수 있겠습니다. 이 집만의 아주 특별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꽤 맛있는 집입니다. 근처에 어느 식당은 폐업했던데 그래도 이 집이 폐업한다면 조금 아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