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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알랭 드 보통 불안 - 팬데믹 시대에 다시 읽기

알랭 드 보통 - 불안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잘 알려진 책이다. 2011년 12월 말에 발매했으니 발매된 지 9년이다.

당시에도 불안은 있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불안을 인류가 함께 겪고 있다.

 

  코로나의 시대에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9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던 나와, 현재의 나의 불안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당시에 인상 깊게 읽었던 문구와 지금 인상 깊게 읽었던 문구는 같은지 다른지 살펴보았다.

 

  책을 읽으며 메모하거나 감명 깊은 구절을 적어두는 편인데 모두 쓰기에는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당시의 불안과 지금의 불안 중 공통분모가 있는 부분만 간략히 작성해보려 한다.

 


 

기대


  실제적 궁핍은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 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어떤 것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심리를 생각해보면 이런 박탈감도 그렇게 이상할 것은 없다. 

예를 들어 부나 존중의 적절한 수준은 결코 독립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준거집단 즉 우리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조건과 우리의 조건을 비교하여 결정된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 소유가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9년 전의 나는 20대 초반이었다. 당시에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함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현재의 나는 결혼을 했고, 직장에 다닌다. 당시의 막연함은 더 이상 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지만

코로나로 인해 과연 내가 있는 직장에서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혹시나 코로나에 감염된다면 당장의 생계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에 대한 불안이 있다.

 


 

불확실성


  노동자는 고통을 느낀다. 이런 감정적 반응을 보면 지위가 부여하는 격투장 내에 공존하는 두 가지 요구가 드러난다. 

하나는 사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의 실현이라고 규정하는 경제적 요구다. 

또 하나는 피고용자가 경제적 안정, 존경, 종신직을 갈망하도록 이끄는 인간적 요구다. 

  두 가지 요구가 공존할 수 있지만 둘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상업적 체제의 논리 때문에 

언제나 경제적 요구가 선택된다. 이 사실을 알기에 임금에 의존하는 노동자의 삶에서는 불안이 떠날 수가 없다. 


  앞서 이야기한 고용안정성의 문제 때문에 불안함이 있다. 예전에는 능력이 있다면 조직사회 내에서 인정받고

또 안정된 고용을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지만 코로나로 인해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은행원이라면 좋은 직장으로 대우를 받았지만 지금은 대규모 감축을 앞두고 있다. 
불확실성을 넘어 안정을 위해서는 결국 자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기독교 

  모든 인간이 귀중하다는 인식을 회복할 수 있을 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그런 인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과 태도를 조성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어둡게 보지 않는다.
그럴 때 단단한 벽에 고립된 채 혼자 의기양양하게 살아가고 싶은 요구는 약화될 것이며,
이것은 심리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유익이 된다. 이것이 기독교적 윤리에 작용할 수 있는 기독교적 통찰이다.

 

  코로나 시대의 기독교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언론을 통해 들리는 이야기는 절망적이다.

교회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많은 확진자들이 생겼고 그로 인해 지역사회는 불안하게 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받고자 하는 대로 남에게 주라. 이것이 선지자의 강령이라고 성경에 쓰여 있다.

 

  그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이라면 교회가 먼저 조심하고 지역사회 안에 작은 자들을 먼저 돌보는 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에 의하면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의 창조물들이고

성경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기 때문이다.

 


 

보헤미아


  영혼이 필요한 것을 사는데 돈은 필요하지 않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지위에 의한 불안의 해결책으로 누구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지는 나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라고 했다.

그렇다. 사람이 모두에게 좋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누구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지는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 또한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어릴 적에 좋은 아빠가 되기를 소망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를 보게 될까.

갈수록 좋은 아버지 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좋은'의 기준은 무엇일까?

 


 

마치면서 

 

  책 발매 당시의 불안과 현재의 불안에 대해 생각해볼 때에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이 크게 증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이라는 것은 인간과 땔 수 없는 감정이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안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라는 감정을 알아채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없는 것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실행으로 불안을 잠식시켜야겠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들도 그 소소한 실행이 아닐까 생각한다.